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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편

essential tremor

by cosher posted Apr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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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tremor


담배를 빨아재끼고 소주 한 잔을 꺽어대던 오른손에 수전증이 생긴 것처럼

공연히 아이폰을 잡고 화면을 밀어재끼려는 내 엄지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려왔다...

점심 시간에 새크리파이스를 읽다가 가슴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근육들이 부들부들

우연치 않게 심장은 미약하지만 기존의 리듬감을 잃고 두큰두큰 거렸다.


analog 혹은 button


터치 패널이 개발되면서 애플의 아이팟 터치를 거쳐 어느새 현대는 물리 버튼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름하여 디지털 시대.

그러면서도 한켠에서는 기존 세대의 문화를 아날로그 감성이랍시고 거들떠 보고, 찾고, 만지작 거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아이패드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었다.

그의 이런 디지털화에 대한 반감을 오늘 몸소 느꼈다.


허상과 허영의 중간치


매월 백여만원을 벌고 그 돈을 쪼개어서 뭔가를 사고, 저축하고, 세금을 내고, 빌린 돈을 갚는다.

돈을 모았다가 그동안 갖고 싶은(혹은 남이 쓰는 게 부러웠던) 것들에 대한 회포를 푼다.


키보드를 또각또각, 마우스를 티킥티킥

대화를 나눈다고는 하지만 이게 대화인지 그냥 글자(혹은 그림)인지도 모를 텍스트가 왔다갔다 하는 것인지

LCD 화면 위에 흩뿌려진 저 수 많은 점들과 난 뭘 하고 있는건가.


독일에서 만들어진 cherry 갈축 키보드와 내 손가락은 연속동작으로 텍스트를 쳐내려가지만

이는 모니터라는 평면 위에 글자를 새겨 넣는 필감에는 비할 수 없다.

다만 생각의 속도를 쫓을 수 있는 약간의 속도를 제공할 뿐

그 스피드는 전혀 달콤하지 않다. 생각을 정리할 여유 따위 주지 않지. 그냥 탁탁탁 펜과 손 보다 빠르게 글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어느새 내가 화면에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글씨를 그리면 그것을 인식해서 글자로 바꿔주는 기능이 나타났고

말도 알아서 문장으로 만들어 주는 놀라운 것들이 속속 등장한다.

애플의 siri는 놀라운 퀄리티와 반응을 보여주었지.


내 옆 사람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 어꺠를 툭툭 치지 않아도 된다.

어깨를 툭툭 치던 손가락으로 전화기의 숫자를 누르거나 키보드를 또각거리면 어느새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는 세상.

과연 나는 그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건가

키보드 혹은

전화기의 마이크와 대화를 하고 있는건가.


상(像)이란 과연 실제하고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듣는 것들은

과연 온전히 나 스스로 해내고 있는 것인가 말이다.


내 허영은 허상 속에 있다. 그에게서 시작되었지. 그리고 그 안에서 끝나야할 것이다.



독서


문득 세상의 흐름이 보고 싶어졌다.

아니 꾸준히 잘도 피하고 도망쳐 왔지.


그렇게 18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한 내용과 맏닿는 어느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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